모든 호텔이 예쁜 케이크를 내놓았지만, 많은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상상하게 만드는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의 케이크를 보자마자 반했거든요. 놀라운 건 비주얼보다 맛이 뛰어났다는 것! 바닐라빈이 듬뿍 들어간 크림에 새콤상큼한 딸기, 촉촉한 시트가 완벽한 조화를 보여줬죠. 이런 케이크에 산미가 높은 와인을 매치하면 겉돌 수가 있기 때문에, 단테 리베티 모스카토 다스티로 달달페어링을 완성했어요. 진한 단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감돌면서 살구와 배, 리치의 향을 느낄 수 있어요. 미세한 버블은 맛에 포인트를 더해줬고요. 이 조합이라면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뱅가드와인머천트 2만 원대

저는 비수기 애호가입니다. 그 말인즉, 크리스마스같은 날에는 외출을 꺼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도 집에서 조용히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원하며 뽀얀 막걸리와 함께하려 해요. 선택한 술은 드렁큰팩토리 양조장의 해피보이. 물을 타지 않은 원주 방식으로 만들어 쌀 향이 선명하고, 은은한 과일 향과 달콤한 산미가 이루는 균형이 매력적이예요. 농밀한 질감 덕분에 진한 양념에도 잘 어울려서, 낙지젓 카펠리니를 곁들이려고요. 하얀 카펠리니면에 빨간 낙지젓갈 무침, 위에 고명으로 초록색 깻잎과 하얀 파마산 치즈까지 올려주면 레드-그린-화이트의 완벽한 크리스마스 컬러! 막걸리 이름처럼, 레이블에 그려진 소년의 미소처럼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데일리샷 2만 원대

산타클로스의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제 보드카를 소개합니다. 핀란드 전통 사우나의 나무 향을 오마주해 은은한 허브 향과 스모키한 뉘앙스를 담았어요. 무엇보다 이 보드카의 매력은 광고 문구에 있답니다. “우리도 와인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잘 안 됐습니다.” 이토록 담백한 유머라니요. 저 역시 올해 초에 세운 계획은 물론, 예상했던 인생의 방향까지 모두 어긋나버렸지만, 괜찮아요. 잘하려 애썼던 날들은 지나갔고, 성공하지 않은 나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젠 알거든요. 이런저런 회한이 드는 한 해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스스로에게 건배해요. 데일리샷 32,900원

이 와인의 이름 ‘FAR NIENTE’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낸다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왔어요. 가족, 지인들과 모여 올해의 장면들을 차분히 꺼내보며 한 잔 나누기 좋은 와인이죠. 잘 익은 배와 파인애플, 멜론 등 열대과일의 과실미가 선명하게 퍼지고, 버터·바닐라 중심의 오크 풍미가 또렷하게 뼈대를 잡아줘요. 단단한 바디감에 짭짤한 미네랄과 힘 있는 산도가 더해져 전체 구조가 탄탄하게 느껴지고, 은은한 스모키 오크가 뒤에서 레이어를 쌓아 과일의 볼륨을 정리해 줘요. 여운은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클래식한 스타일이라 어느 음식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거예요. 주류 전문샵 20만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