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의 술공간

맛은 물론이고, 허름한 분위기가 멋을 더하는 푸근한 식당들을 소개합니다.

삼각지왕족발은 정직한 상호명만큼이나 기본기에 충실한 족발을 파는 곳이에요. 아저씨 두 분이 10년 넘게 운영하시는 곳으로, 아재입맛을 가진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맛집이라 할 수 있죠. 꿋꿋하게 배달주문은 배제하는 뚝심만 봐도 이 집이 찐 맛집임을 알 수 있어요. 정통 간장베이스로 족발을 삶는데, 젓가락으로 한 점을 들면 쫄깃한 탄력이 느껴져요. 은근한 마늘과 계피향이 풍기는 속살은 부드럽고요. '기름진데 깔끔하다'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이해가 되는 맛이라고 할까요?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집은 아니지만 저녁시간에는 종종 만석이 되니 예약하고 방문하시는 게 좋아요. 📍서울 용산구

✍️ 이번 주의 술추천

구수한 메뉴라고 꼭 소주만 곁들일 필요는 없죠. 아재스러운 안주에도 잘 어울리는 신상 술을 소개합니다. 

지난 9월 세계적인 주류 품평 대회인 ‘국제 와인&스피릿 대회’에서 위스키 부문 대상을 차지해 'K위스키' 붐을 일으켰던 기원. 이곳에서는 매년 새로 다른 블렌딩으로 위스키를 출시하는데요, 올해 출시한 '호랑이'는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을 거쳐 건포도와 자두, 꿀과 캐러멜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어요. 54.3%로 도수는 꽤 높은 편이고 후추향과 같은 매콤한 아로마도 살아있어서 간장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와 함께한다면 잘 어울릴 거예요. 직화에 구워 불맛을 입혀도 좋으니, 캠핑장에 챙겨가도 좋겠어요. 데일리샷 158,000원

가무치를 만들어 낸 충주의 다농바이오에서 선보이는 신작이에요. 18단 다단식 상압증류기로 무려 59도짜리 고순도 원주를 뽑아내 3종류의 오크에 숙성해 블렌딩 했어요. 쌀소주의 부드러움에 PX, 토니포트, 레드 와인의 향과 맛이 더해져 복숭아조림, 아카시아 꿀, 코코아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인상 깊어요. 90년대 포마드 향을 연상케 하는 묵직한 첫인상 뒤에 부드러운 목넘김과 긴 여운이 따라와요. 세련된 패키지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손색없고, 더덕구이와 페어링하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조화를 이뤄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진짜 어른 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답니다. 다농바이오 142,000원 

✍️ 이번 주의 술일상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불리는 제임스 서클링.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1~100위 와인을 발표해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름이죠. 그는 매년 '그레이트 와인 월드'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시음회를 열고 있는데요,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행사에 다녀온 후기를 전합니다.

🎓5시 입장이라 4시 반에 도착했는데 줄이 이게... 맞나요?? 입장 인원을 눈으로 확인하니 미리 짜놨던 동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샴페인은 딱 네 곳뿐이어서 붐빌걸 예상하고 패스. 알마비바로 시작했는데 전반적으로 와인이 덜 열린 게 느껴져서 혹시 내년에도 오게 된다면 차라리 한 시간 늦게 오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인상 깊었던 와인 BIG3를 마신 순서대로 꼽자면 먼저 다밀라노 발로로 깐누비 리제르바. 꽉 짜인 탄닌에 벨벳 같은 질감, 짭쪼롬한 뒷맛이 좋았어요. 그리고 루이라뚜르 꼬르동은 맛있다고 말하기에도 입이 아프지만 정말 맛있었고요. 에노테카의 차크라 피노누아도 독특한 향에 깜짝 놀랐는데 2023 빈이 지금도 이렇게 좋으면 앞으로는 얼마나 더 멋질지 기대돼요.

🍏결론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자리였어요. 평소 마시기 힘든 와인을 만났으면 하는 기대가 컸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익숙한 와인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입장객 수에 비해 준비한 와인이 너무 적기도 했고요.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 입장했는데도,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와인이 떨어져서 맛보지 못한 곳이 많았죠. 행사의 주최자인 제임스 서클링이 만든 소비뇽 블랑 '미래'는 맛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여섯 병이 전부라 엄두를 낼 수 없었죠. 125개 부스 중 반 정도를 맛본 소감은... 명불허전? 다양한 와인을 모아놨어도 이름난 와인들은 역시 남다른 수준을 갖췄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죠. 루이 라뚜르, 알마비바, 돈 멜초 같은 와인들 말이죠. 내년에도 가게 될까요? 글쎄요...

🐠내년에는 샴페인 마실 수 있을까요? 작년에 이어 샴페인은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샴페인 줄이 가장 길고 샴페인 보틀 수도 적은 것 같아요. 초반에는 확실히 레드 쪽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좋은 레드 와인을 시음해 보러 다니기 좋았답니다. 세븐스톤즈, 푸토, 테누타 등 경험해 보지 못한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시음해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죠. 이탈리아에서 직접 와이너리를 방문했던 마쩨이 부스도 방문해서 오랜만에 시에피를 마시니 역시 맛있었고요. “줄을 한번은 서보자!” 하고 이번 제임스서클링에 처음 등장한 루이 라뚜르에 섰는데, 진짜 우아하고 고소하고 너무 맛있어서 줄 서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마셔보고 싶은 게 있으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 이 행사 같아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이 아닌 국가들의 와인은 시간이 지나도 좀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서 천천히 접근해도 되는 점 참고하세요.

✍️ 이번 주의 술소식

✍️ 이번 주의 술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