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하도 추천을 많이 해서 주문해 두었던 VARO 고사리 오일 파스타 밀키트를 꺼냈어요. 고사리 소스와 버섯, 양파, 마늘로 볶아낸 오일 파스타인데, 비건도 이렇게 (좋은 의미로) 안 건강한 맛일 수 있다니! 짭짤 매콤한 것이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맛으로,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 초딩 입맛의 비건 입문식으로 완벽해요. 자극적인 맛을 싹 잡아줄 하이볼은 비건와인바 낫투길티에서 직접 개발한 리큐르 논앤로우로 만들었어요. 저도수(3%), 저칼로리(3kcal) 술이라 하이볼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어 좋은 술. 와디즈 펀딩을 통해 판매해서 보틀은 구할 수 없지만, 와인바에서는 여전히 맛볼 수 있어요.

육수 없이 물로만 끓이는 마라탕이 궁금했어요. 북촌의 계동마나님이 직접 만든 두반장과 Non-GMO 카놀라유로 낸 국내산 고추기름이 담백한 국물 맛을 책임집니다. 청경채와 버섯으로는 조금 아쉬워서 연근, 알 배추, 모두부, 건두부, 그리고 옥수수면을 양껏 추가해 보았답니다. 곁들인 술은 귀여운 용량(100mL)에 그렇지 못한 도수(38%)의 컵 고량주. 수수가 특산물인 심양에서 빚고, 연길 고려촌의 주조사가 블렌딩한 고려원장 시리즈에요. 중국집에서 자주 보던 사각병 이과두주와 같은 주창에서 생산해요.

타코에 새우나 고기가 없어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더라고요! 야채의 아삭한 맛과 아래에 깔린 구운 버섯이 조화로웠어요. 전 멕시칸 식당 트라타에서 배달로 주문했는데, 살사소스와 고수만 있으면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간편할 것 같아요. 함께 마신 맥주는 블루문인데요. 사실 대부분의 맥주는 비건이래요. 양조 과정에서 부레풀이 들어가느냐 아니냐로 나뉜다고. 블루문이나 블랑처럼 오렌지 필이 들어간 맥주는 오렌지 슬라이스를 한 조각 넣어 먹으면 풍미가 어마어마해져요. 이미 상상만으로 침 나오지 않나요. 앉은 자리에서 맥주 계속 오픈해서 오렌지 하나 다 넣어 먹게 됩니다. 꼭 마셔보시길! 

날씨가 따뜻해지니 아무래도 상큼하고 톡 쏘는 맛이 끌려서, 스파클링 막걸리인 지평 이랑이랑을 선택했어요. 플루트 잔에 따라놓고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맛은 달지 않고 살짝 새콤한데, 마지막에 살짝 청포도의 뉘앙스가 스치네요. 탄산감이 있는 막걸리라 튀김 종류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아 두부텐더를 곁들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튀김의 기름기를 상큼한 탄산이 잘 잡아주더라고요. 식감이 일반 두부보다는 살짝 쫄깃한 게 치킨 텐더의 느낌 한 스푼..? 지평 이랑이랑과 두부 텐더 모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세요.

네? 비건 만두가 이렇게 맛있다고요? 고기 없이도 이렇게 맛있고 씹는 맛이 풍부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슴슴한 간에 쫀득한 만두피까지, 자극적인 맛이 없어서 그런 지 계속 집어 먹게 되더라구요. 같이 마신 술은 뱅가드와인머천트에서 단독 수입하고 있는 피노 돈셀 블랙인데요. 첫 모금은 단맛과 스파이시함이 동시에 강하게 느껴지고 혀에 착착 감기는 찐득함에 놀랐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콜릿, 자두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뉘앙스로 바뀌어서 만두랑 먹기에 딱 적당했어요. 다음엔 다른 안주랑도 페어링 해보고 싶네요.